[중앙일보] 투자자 브로커 분쟁 급증

중앙일보 (May 10, 2000)

미 증시 주가 등락 거듭따라
투자자 브로커 분쟁 급증

원금 날리자 증권사등 상대 소송 제기

미 주식시장의 주가가 등락을 거듭하면서 한인투자자와 브로커 사이에 투자 손실분을 둘러싼 분쟁이 급증하고 있다.
미 주식시장에 대한 정보가 어두운 한인들이 무조건 증권 브로커를 믿고 돈을 맡겼다가 투자금 모두를 날린 경우가 많아 이를 둘러싼 책임 공방이 가열되고 있는 것이다.
일부 투자가는 이미 한인 증권 브로커와 미 증권회사를 상대로 법적 소송을 제기하는 등 강력반발하고 있으며 상법 전문변호사 사무실에도 소송을 의뢰하는 상담문의가 증가하고 있다.
플러싱에 거주하는 이모(53)씨는 지난해 11월 한인 증권 브로커에게 7만달러를 맡겼다.
이씨는 이자수입으로 남은 여생을 살기위해 안정적인 뮤추얼펀드 투자를 요청했으나 브로커는 “인터넷 주식의 수익률이 높으니 이 종목에 집중 투자하자”고 권유해 이를 따랐던 것.
그러나 이씨는 현재 원금 회수는커녕 오히려 4천1백여달러를 갚아야 할 지경이다. 지난해 11월 24일부터 올해 2월 25일까지 이씨 구좌의 거래 총액은 5백7만3천여달러로 무려 투자금의 72배가 넘는 금액의 주식이 매매 됐던 것. 주식매매에 따른 브로커 커미션만 3만 7천여달러에 달했다.
이씨는 “주식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브로커가 요구하는 대로 그저 따랐다”며 “그나마 남아있던 투자금을 담보로 증권사에서 자금을 빌려 손해액이 커졌지만 브로커는 커미션만 챙기고 자신은 책임이 없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분개했다.
퀸즈에서 드라이클리너를 운영하는 임모씨는 최근 한인 증권 브로커 3명과 미 증권회사를 상대로 3백30만달러의 소송을 제기했다.
임씨는 지난 90년부터 브로커를 통해 총 18만달러를 투자했으나 역시 원금을 모두 날린 상태.
임씨는 소장에서 “이름있는 증권회사와 그곳에서 일하는 브로커를 믿고 투자를 했는데 오히려 투자자에게 손해를 끼쳤다”며 “투자 손실금과 이자 30만 달러, 이에 따른 정신적 피해 3백만달러의 손해배상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임씨는 또한 “초기 투자했던 인터넷 주식을 지금까지 보유하고 있었다면 이 같은 손해는 없었을 것”이라며 “브로커뿐만 아니라 이들의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증권회사의 책임도 있으며 이들은 분명히 미증권법(NASD)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미증권법에는 증권브로커가 투자자에 부적당한 정보를 제공하거나 동의없는 매매(unauthorized trading), 감독소홀등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에는 이를 제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심한 경우 브로커 라이센스가 영구 박탈될 수도 있다.
배문경 변호사는 “증권 브로커는 전문 지식을 갖고 재정 설계를 하는 전문직 종사자인만큼 투자자의 여건에 맞는 투자계획을 세워야 한다”며 “만일 브로커가 재정설계를 잘못해서 원금까지 손실을 입혔다면 이는 소송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배 변호사는 “특히 브로커가 커미션을 목적으로 데이트레이딩(day trading)등에 매달려 연간 주식매매 금액이 투자액의 6배를 넘으면 이는 증권법이 규정한 유인(churning)조항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변호사는 “증권법은 투자자의 손해가 발생한 때부터 6년 이내에 소송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 이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