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Intern-like” or “Lawyer-like”
회사에서 직장인 생활을 하는 친구나 후배들에게 늘 해주던 말이 있다. 만약 사원이라면, 대리처럼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고..과장이라면 부장처럼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고..부장이라면 임원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라고. 한 단계 더 높은 생각과 통찰력을 가지고 업무에 임해야 책임감있는 행동이 나오고 다른 사람들 눈에도 충성스럽고 신뢰할만한 사람으로 비친다고.
변호사사무실에서 인턴으로 일을 하면서도 마찬가지 생각을 해봤다. 로스쿨에서도 직,간접적으로 그런 생각을 주입받았지만 인턴이라기보다 변호사라는 생각으로 매일 일에 임하려고 노력했다. 실제 그만한 능력을 발휘하고 책임감을 가질만한 일은 잘 주어지지 않지만…
Ⅱ. “Deja vu”
길지는 않았지만, 증권회사와 은행, 그리고 정부투자기관 등지에서 많은 동료들과 어울리며 업무를 본 경험이 어느새 몸과 마음에 깊이 박혀 있을 테다. 그런데, 김앤배에 와서 며칠 되지 않아 마치 이전 어디선가 근무했던 직장분위기를 느끼고 또 그 당시의 동료들과 비슷한 캐릭터를 가진듯한 사람들이 내 주위를 분주히 오갔다. 안정감과 함께 시간과 공간이 생각 속에서 마구 뒤섞이는 경험을 했다. 이런 것을 “Deja vu”라고 한다나?
Ⅲ. “큰바위 얼굴”
인턴으로 시작한 김앤배 첫주, “광후씨!”라고 불림이 묘했다. 부르는 사람과 불리우는 사람이 적어도 대등한 인격체라는 자각을 불러일으키고 동시에 부르는 사람과 불리우는 사람간 위계서열상 애매모호함을 감추기에 적당한 호칭이라는 생각이 차례로 떠올랐다.
그리고, 제대로 된 인사도 없이 대표변호사님으로부터 예의 그 직설적인 질책을 듣는 것으로 어느새 인턴의 하루는 시작됐다. 그 질책을 한 귀로 들으면서도 눈의 촛점은 시차때문인지 피로때문인지..자꾸만 흐려져 갔다. 그래도 혼줄만은 놓지 않았건만…
시간은 내 편이었는지…주어진 일들을 best outcome in a given time otherwise even earlier time 정신으로 처리해 나감과 함께 지적이 줄어들고 있었다. 점차 맡겨지는 일들이 인턴인 나에게 웬지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애써 생각에서 벗어났다. 그런데, 그새 나에 대한 호칭이 “광후씨!”에서 “류변호사님!”으로 변해 있었다… 이게 ‘큰 바위 얼굴’ 이야긴가?
Ⅳ. Epilogue
시니어 변호사를 따라 municipal court에 가서 가벼운 교통범칙금 사건 처리도 보고, family court 에 가서 이혼부부의 자식 부양료 조정사건도 곁눈질 해봤다. 미국로스쿨시절 보았던 이민법정이나 민사법정보다는 다소 인간미가 있어 보였다. 변호사의 시각으로 보면 불경스럽지만, 내 눈에는 변호사가 꼭 필요해 보이지 않는데도, 또 변호사가 큰 역활을 하는 것 같지 않는데도 거의 모든 사건에 변호사가 동원되는 것을 보고 생각거리가 하나 늘었다. 한국에 비해 변호사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법률지식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아서 혹은 변호사라는 직업의 필요성에 대해 모두가 당연히 여겨서 거부감이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맴돈다…
At right time when in need 늘 곁에서 응원해준 Izabel씨와 Shim부장님, 그리고 친절한 Beth씨 덕분에 2017년 2월은 하루처럼 지나갔다. 친구가 되어준 Justin Oh씨도 잊을 수 없다. 인턴쉽 전반에 걸쳐 한국출국 전부터 인턴쉽 끝나는 날까지 자상한 가이드가 되어준 Vivian씨는 특히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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