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Live] InterView “한국은 온실 속 화초, FTA 대비해야”…김&배 美 최대규모 韓人 로펌 대표변호사

[스포츠서울닷컴|서종열기자] “FTA에 체결되면, 한국 법률시장에 빅뱅이 찾아올 겁니다!”

B.J. Kim and Christine M. Bae from Kim & Bae, P.C.

변호사들의 천국으로 불리는 미국 뉴욕에서 최대 규모의 한인 로펌을 운영 중인 김&배 로펌(맨해튼 소재)의 김봉준•배문경 대표변호사가 한국의 법률시장에 경고메시지를 전달했다. 한-미FTA가 체결되면 법률시장 역시 개방될 텐데, 한국의 준비가 너무 허술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스포츠서울닷컴>이 지난 6일 강연차 입국한 김봉준•배문경 변호사를 신라호텔에서 만나봤다. 김•배 변호사는 한국에서 출생 후, 미국으로 건너가 변호사가 됐으며, 현재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한인 최대 규모인 ‘김&배 로펌’을 운영하고 있다.

◆ 상어 같은 美 변호사들, 국내 법률시장 노린다!

“한국의 법률시장은 미국에 비해 순수합니다. 소송도 많지 않고, 법률가들도 존경받는 직업 중 하나이지요. 그러나 FTA가 체결되면 이 모든 상황이 달라질 겁니다!”

김봉준 변호사는 ‘한-미 FTA’를 지난 1997년 발생했던 IMF에 비유했다. 정치, 경제, 사회 등 각 분야에서 엄청난 변화를 이끌어냈던 IMF처럼, 한-미 FTA 역시 한국사회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이란 주장이다. 특히 김 변호사는 “한국 법률시장은 그 중심에 있을 것”이라며 “FTA가 체결되면, 변호사들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한국법률시장 역시 서비스 중심으로 급변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체결이 진행 중인 한-미FTA에 따르면 조약이 비준될 경우, 국내 법률시장은 미국 변호사들에게도 개방될 예정이다. 한-미 양국의 변호사들이 따로 라이센스를 따지 않고도 서로의 나라에서 변호사 활동을 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문제는 한국에 비해 미국의 변호사 수가 월등히 많다는 점이다. 특히 미국은 중산층이라면 개인변호사를 둘 정도로 많은 변호사들이 활동하고 있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시장을 뒤로 하고 국내로 진출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대한변호사협회(대한변협) 등 국내 법률가 단체들도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실제 김&장, 태평양, 광장 등 대형 로펌들 역시 법률시장 개방을 앞두고 덩치불리기에 나서는 등 대비책을 세우고 있다.

김 변호사는 그러나 “한국 변호사들의 수가 늘어난다고 해도,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미국 변호사들의 공격을 당해내기는 힘들 것”이라며 “많은 수의 변호사들과 영업력을 갖춘 대형 로펌들이 국내에 진출할 텐데, 1인 변호사 체제로 움직이는 국내 변호사들이 대형로펌을 당해낼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국내 대형 로펌들이야 생존이 가능하겠지만, 대다수를 차지하는 1인 변호사들은 미국 대형로펌과의 법정싸움에서 불리해질 것으로 본 것이다.

특히 김 변호사는 “흔히 미국 변호사들은 자신을 상어에 비유한다”면서 “피 냄새를 맡으면 몰려들어 먹이를 산산조각 내는 상어처럼, 소송낌새가 있으면 곧바로 소송을 제기하는 미국 변호사들로 인해 국내 법률시장은 일대 판도변화가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B.J. Kim from Kim & Bae, P.C.

◆ 사회약자 위한 소송, 미국 변호사들의 전문분야?

김봉준 변호사와 함께 ‘김&배 로펌’을 이끌고 있는 배문경 대표변호사 역시 우려스러운 견해를 내비쳤다.

“한국 사회는 현재 농촌총각들의 국제결혼과 해외노동자들의 국내진출 등으로 여러 가지 사회문제를 겪고 있다. 아직까지 이 문제들이 이슈화 되지 않았지만, FTA가 체결되면, 곧바로 수면 위로 부상할 것이다. 특히 미국 변호사들은 이 문제들에 대해 굉장히 해박한 지식과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어 미국 변호사들의 독점이 예상 된다.”

실제 김 변호사와 배 변호사는 농촌총각들의 해외결혼과 이혼으로 파생되는 문제들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시했다. 미국 변호사들이 이혼을 고려 중인 해외여성들에 대한 변호에 나설 경우, 이혼 시의 재산분배와 자녀양육권 등에 대한 새로운 판결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해외에서 국내로 들어와 일을 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의 문제도 동시에 제기했다. 그녀는 “미국 변호사들의 가장 큰 특징은 소송 사안이 있으면, 일단 수임료를 선불로 받지 않고 소송을 진행한다는 점이다. 소송에서 승소해 보상금이나 합의금을 받게 될 경우 여기에서 수임료를 받는 후불제 스타일이 많다. 결국 국내 변호사들이 대부분 외면하고 있는 국제결혼한 해외여성들의 이혼문제나, 해외노동자들의 임금체불 문제 등에 대해 전문적인 미국 변호사들이 출연할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했다.

해외에서 국내로 들어온 이주노동자들의 경우 임금을 받지 못한 채 비자가 만료돼 강제출국되는 경우가 많은데, 노동법에 정통한 미국 변호사들이 이 사안들에 대한 단체(혹은 개별)소송을 전담하게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 공급과잉으로 인한 변호사의 위상 변화도 대비해야

김 변호사와 배 변호사의 지적처럼 국내 법률시장의 로펌들 역시 이에 대한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몇해전부터 변호사는 물론, 관세사, 회계사 등 소송과 관련된 전문 인력들을 블랙홀처럼 흡수하는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문 인력들을 통해 미국의 대형 로펌들과 경쟁을 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럼에도 김•배 변호사는 왜 국내 법률시장을 우려하고 있을까. 김 변호사는 “한-미 FTA가 체결되면 국내에 많은 수의 미국 변호사들과 대형로펌들이 진출하게 된다”면서 “미국의 대형로펌은 소속된 변호사들만 천명이 넘는 곳이 흔할 정도인데, 이런 이들과 국내의 1인변호사 체제가 경쟁이 될 것이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배 변호사 역시 “지금까지 변호사 수가 부족해 먼저 수임료를 받고 하던 법률소송이 FTA 이후에는 미국 변호사들에 비해 後지급(패소 시에는 수임료 없음) 체제로 변화하면서, 특권층으로 불리던 변호사들 역시 서비스산업 종사자의 위치로 격하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Christine M. Bae, from Kim & Bae, P.C.

◆ “위기는 기회!!”…공격형 변호사들 양성해야

김•배 변호사는 그러나 “한-미 FTA는 국내 법률시장의 큰 위기가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국내 변호사들의 해외진출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FTA가 체결될 경우 미국 변호사들과 로펌의 국내 영업이 가능해지는 만큼 국내 변호사들과 로펌의 해외 진출 역시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실제 김 변호사는 부산대 로스쿨 교수를 겸임하면서 국내 변호사 및 예비 법조인들에게 미국 변호사들의 성향과 소송 스타일 등, 해외 법률시장의 분위기를 전해주고 있다.

김 변호사는 “현재 로스쿨에서 법조인 수업을 받고 있는 이들은 앞으로 닥칠 미국 변호사들과의 법리전쟁에서 미국 변호사들과 경쟁할 인재들”이라며 “이들 외에도 국내 사법연수생들과 육군본부, 방위사업청, 예비 법조인들을 데려가 미국 로펌에서 연수과정을 거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 변호사 역시 “한국 부모님들이 최근 자녀들을 해외로 유학시키고 있는데, 해외유학 시 진학방향에 로스쿨을 포함시켜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국내에서 변호사가 되는 길은 상당히 어렵지만, 미국 로스쿨 역시 어렵지만 국내보다는 문이 넓다”며 “FTA가 체결되서 법률시장에 개방되면 미국에서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해도 국내에서 영업할 수 있는 만큼 법조계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해외 로스쿨도 주시해야 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snikerse@media.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