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동족이 동족 울린다

중앙일보 (May 17, 2001)

동족이 동족 울린다

초기 이민자 노리는 투자사기 횡행 한인 투자자들 수백만불 손배 소도

뉴욕 타임스 보도

동족이 동족의 등을 치는 동족간 투자사기가 극성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5일자 뉴욕타임스(NYT)는 전국적으로 발생하는 투자관련 사기중 소위 ‘동족간 사기(Affinity Fraud)’가 두번째로 많다며 한인들의 피해사례를 집중 소개했다.
NYT는 최근 이민자들은 과거와는 달리 상당한 자금을 갖고 미국으로 건너오지만 영어가 서툰데다 주식투자에 대한 지식마저 없어 같은 인종의 브로커를 믿고 투자를 의뢰했다가 이 같은 피해를 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NYT는 동족간 사기가 비단 한인뿐만 아니라 러시안, 인도인, 방글라데시, 히스패닉등 다른 소수계민족 사이에서도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인 피해사례:한인여성 홍모씨는 지난해 한 모임에서 우연히 알게 된 한인 증권 브로커(UBS 페인웨버 플러싱 지점)가 상당한 차익을 남겨주겠다고 약속해 20만달러를 맡겼다. 그러나 7개월도 채 안돼 투자액 대부분을 날린 것을 알게 됐다.
홍씨는 계좌를 개설하면서 서류에 사인을 했지만 영어로 쓰여 있어 내용을 잘 몰랐다고 주장했다. 또 한인 브로커가 고객의 동의 없이 임의매매와 신용거래를 하는 수법으로 수수료등으로 2만3천달러나 챙겼다는 것.
이모(자영업)씨는 2년전 이 회사 한인브로커에게 63만달러를 맡겼지만 13개월만에 12만달러밖에 안 남았다. 또 수수료등으로 지불한 돈은 무려 11만5천달러. 이씨는 “중증 장애를 앓고 있는 동생의 생활비등으로 월 6천달러의 안정된 수입이 필요했는데 브로커가 연리 12%의 수익을 보장한다고 약속하기에 그 약속만 믿고 돈을 맡겼었다”고 밝혔다.
이들을 포함한 한인투자자 13명은 배문경 변호사를 통해 이 회사를 상대로 미증권협회 (NASD) 산하 중재위원회(Board of Arbitrators)에 2천2백50만달러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중재요청을 한 상태다. <본보 5월 14일자 A섹션 1면참조>

타민족 사례: 한 러시안 투자가는 최근 브루클린의 동족 브로커에게 연리 38%의 이자를 주고 돈을 빌린뒤 이를 주식에 투자했다가 모두 날렸다. 텍사스의 인도계이민자는 2년전 교회에서 만난 동족에게 주식투자금으로 1백만달러를 맡겼지만 그는 돈을 챙기고 도주했다.
증권거래위(SEC)도 1999년 동족 이민자와 유학생들을 상대로 투자사기 행각을 벌인 방글라데시계 브로커를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한 증권중개회사에 벌금을 부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