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eil Business Newspaper] 14세 시한부 美 소녀의 K팝 순애보

image_readtop_2012_315420_1337762915642750살아 있을 때 한국에 가 샤이니와 슈퍼주니어를 만나보는 게 소원입니다. 더 살 수 있다면 한국 남자와 결혼도 하고 싶어요.”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서 5년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14세 흑인 소녀 도니카 스털링은 다음달 한국을 방문한다는 생각에 매우 들떠 있다. 평소 한국을 가보고 싶었지만 너무나도 뜻밖에 기회가 찾아왔다.

간호사인 할머니가 보살펴준 환자가 이 기회를 줬다. 환자는 다름 아닌 캐나다에서 3~4번째 갑부인 허버트 블랙 아메리칸철강금속 사장이다.

블랙 사장이 이 간호사를 만난 것은 지난해 9월이다. 블랙 사장은 평소 발 때문에 고생하다 미국 맨해튼에 있는 특수수술병원에서 수술을 받게 됐다. 마침 스털링의 할머니가 블랙 사장 간호를 맡았다. 블랙 사장은 입원 기간에 이 간호사의 정성에 감명받아 사례를 하고 싶다고 했다.

간호사의 요구 사항은 “손녀가 불치병에 걸려 5년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 손녀 소원 좀 들어달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블랙 사장은 간호사의 손녀 스털링을 만났다. 그는 스털링에게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들어주겠다”고 했다. 스털링이 “그동안 아파서 여행을 다니지 못했다”고 하자, 블랙 사장은 “그래, 그러면 내 전용비행기를 타고 지구 어디든 같이 가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러자 스털링은 대뜸 “한국에 가고 싶다. 살아 있을 때 한국에 가서 샤이니와 슈퍼주니어를 만나 보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블랙 사장은 놀랐다. 한국을 거론할 줄은 정말 몰랐다. 블랙 사장은 그때부터 한국 여행 계획을 짰다. 그러나 최근 갑자기 몸이 불편해졌다. 장기 여행을 하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결국 블랙 사장은 한국을 잘 아는 사람을 찾아 맡겨야 했다. 평소 알고 지내던 뉴욕 소재 김&배 로펌의 김봉준 변호사와 배문경 변호사가 생각났다. 바로 두 변호사에게 `SOS`를 쳤다. 배 변호사는 얼마 전 “블랙 사장이 한국에 갈 수 없으니 대신 책임지고 스털링의 소원이 이뤄지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김&배 로펌에 따르면 스털링은 수년 전 불치병 진단을 받았다. 원인은 알 수 없지만 근육이 수축되면서 몸이 줄어드는 희귀병이다.

스털링은 스스로 걷지 못해 휠체어에 의존하고 장애인 차량을 이용해 맨해튼에 있는 특수학교를 다니고 있다.

스털링이 한국 여행의 꿈을 키운 것은 K팝 덕분이다. 그는 인터넷을 통해 K팝을 접하고 TV를 통해 한국 드라마와 영화는 물론 한국 쇼도 즐기고 있다. TV는 물론 스털링이 쓰는 학용품은 온통 한국산이다. 한국 문화도 잘 알고 있다고 한다.

스털링은 블랙 사장을 잘 도와준 할머니 덕분에 꿈을 이룰 수 있게 됐다. 스털링은 어머니ㆍ할머니와 함께 다음달 16일 한국을 방문한다. 항공기 1등석을 타고 간호사 1명과 함께 이동할 예정이다. 블랙 사장이 최고 배려를 해주고 있는 셈이다.

블랙 사장이 스털링을 돕는 것은 자신의 딸이 생각났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들 둘에 딸 하나를 키우다 아꼈던 딸이 20세 때 불치병으로 죽었다. 다 키운 딸이 세상을 떠나자 억만장자였던 그도 인생관이 바뀌었다. 돈으로도 해결되지 않는 게 많다는 점에서다.

블랙 사장은 딸이 죽은 이후 어린이 관련 자선사업에 팔을 걷어붙였다. 어린이 돕기 기금 마련 재단도 설립했다. 지난해 8월에는 타이타닉 주제가를 부른 셀린 디옹을 불러 자선 콘서트도 개최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입원한 병원에서 스털링의 할머니를 만나 스털링의 꿈을 실현시켜주기로 약속한 것이다.

아직 스털링이 샤이니나 슈퍼주니어와 만나기로 일정을 잡은 것은 아니다. 김봉준 변호사는 “한국에 가서도 응급 상황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병원과 접촉해야 하고 특수장비도 많이 필요하다”며 “한국에 계신 많은 분들이 스털링의 꿈이 이뤄질 수 있도록 도와주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뉴욕 = 김명수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