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on Jung Park

Pic_박연정

저는 사법연수원을 2014년에 수료하고 변호사로 일하고 있던 중, 가족이 미국으로 오게 되어 저도 미국에서 변호사로 일하기 위해 계획을 세우게 되었습니다. 그때 사법연수원 국제통상법학회에서 연수기관으로 방문했던 김앤배가 떠올랐고, 미국 로펌을 먼저 경험해 보고자 인턴쉽을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인턴 기간 동안에는 저 혼자 외국 생활을 하게 되는 것이었고, 로펌에서는 일을 처음 해보는 것이었어서 걱정반 설렘반으로 시작하였습니다.

첫 출근날은 눈이 매섭게 내렸습니다. 그 전날 집에서 회사까지 길을 미리 가보았는데도 눈이 오는 길은 매우 낯설었습니다. 눈길을 뚫고 도착한 김앤배에서의 인턴쉽은 구성원 전원에게 greeting email을 보내고 교육용 동영상을 시청하는 것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동영상을 보면서 이곳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으며 인턴으로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감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김봉준 변호사님의 client meetings에 함께 들어가 의뢰인이 제공하는 수많은 정보 중에서 법적으로 의미있는 것을 뽑아내는 연습도 해 보고, 어떤 경우에도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중심을 잡으며 의뢰인을 대하는 태도가 어떤 것인지 직접 볼 수 있었습니다. 변호사로서 의뢰인을 어떻게 대하여야 하는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한편, Rules on Professional Conduct(RPC) 관련 사건, Gulf oil company 관련 사건 등에 관한 리서치를 맡아 조문을 찾아보고 사실관계를 분석해 보기도 하였습니다. 특히 RPC 조문을 보고 주석서를 읽어보면서 미국에서는 변호사 윤리가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강조되고 실제 징계도 공공연히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Gulf oil company 사건 리서치를 하면서 변호사에게는 의뢰인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최대한 다각적인 방법을 모색하는 자세가 필수적임을 다시금 느끼기도 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심 부장님께서 보내주신 부동산 관련 뉴스레터들, 실제 당사자와 David 변호사님께서 주고받은 이메일을 읽어 보고 클로징 절차에도 참관하며, 우리나라와 전혀 다른 부동산거래 절차에 대해 이해를 깊이 할 수 있었습니다. 부동산 매매 계약이 한 두 장의 계약서에 매도인과 매수인의 서명으로 끝나는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에서는 당사자의 서명 이후 attorney review, home inspection, mortgage finalizing 등의 절차를 거쳐 closing에 이르기까지 매매목적물의 상태, 매매대금의 출처 확인 등 변호사가 모든 분야에 관여하여 매매 과정이 매우 투명하였습니다. 이러한 부분은 우리나라에도 도입하면 부동산 거래에 관한 잘못된 관행들도 수정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인턴쉽 기간 동안 두 번의 법정방청 기회가 있었는데, 여기에서도 이색적인 점이 있었습니다. Jimmy 변호사님과 함께 간 bankruptcy court에서는 판사님께서 법정에 직접 출석하지 않고 conference call로 사건이 진행되었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Wanda 변호사님과 간 family court에서도 당사자 일방이 불출석하고 conference call로 기일이 진행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판사 혹은 당사자의 불출석을 사유로 기일을 연기하거나 일방에게 불리하게 진행하지 않고, 전화로 모두에게 참여의 기회를 주어서 신속한 사건 처리 및 당사자의 방어권 보장을 모두 도모한다는 점이 유연하고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family court에서 방청한 사건은 모두 합의이혼 사건이었는데, 판사님께서 당사자간의 property settlement, child support 등에 관한 이슈에 대해 일일이 구두로 낭독하고 당사자에게 확인을 받는 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미 합의된 사항들이어서 서류로 간단하게 처리할 수 있는 절차일 수도 있는데, 사후 분쟁 소지를 막고 당사자의 이의 여부를 분명하게 확인하기 위해 이러한 절차를 거친다고 하였습니다.

그 밖에도 번역, 복사 등 행정 업무를 보조하면서 로펌에서 업무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보고 배울 수 있었습니다. 특히 김앤배에서는 사건 관련 모든 기록을 스캔하여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여 관리를 하고 있는 점도 기억에 남습니다. 백업파일이 있으므로 자료가 분실 혹은 누락되는 경우에도 대처할 수 있고, 사건 진행 중에도 필요한 자료를 찾기도 쉬운 장점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약 한 달간 김앤배에서 인턴쉽을 하면서 미국에서 변호사로 일을 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어렴풋이나마 감을 잡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의뢰인을 대할 때에는 자신감있고 당당하되 중심을 잃지 않고, 사건을 다룸에 있어서는 치밀하고 꼼꼼하게 임하는 변호사님들을 직접 보면서 저도 이러한 자질들을 갖춰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인턴쉽 기회를 주시고 여러 가지 면에서 지도 해 주신 김봉준 변호사님, 배문경 변호사님, 법정방청 인솔해 주신 Jimmy, Wanda 변호사님, 인턴들을 늘 챙겨주신 윤 부장님, 심 부장님, Daniel 씨, Steve 대리님 및 모든 staff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