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saweek] 이순우 우리은행장, 뉴욕지점 ‘부당해고’ 파문에 ‘진땀’

[시사위크 = 이미정 기자] 이순우 은행장이 바람잘날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해외 지점에서 또 다시 문제가 터졌기 때문이다.

‘도쿄지점’이 부당대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이번엔 뉴욕지점에서 ‘성추행’과 ‘부당해고’ 파문이 불거졌다. 뉴욕지점 전 직원 2명이 사내의 ‘성추행’을 폭로했다가 부당해고를 당했다며 회사에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 뉴욕지점 주재원 성추행 폭로한 직원들 “부당해고 당했다” 소송

뉴욕·뉴저지의 법무법인 김앤배(대표 김봉준·배문경 변호사)에 따르면 이모, 신모씨 등 2명은 “상사가 저지른 성추행 사건을 서울 본사에 알렸다가 보복성 부당 해고를 당했다”며 회사를 상대로 총 350만 달러(약 35억8,000만원)의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뉴욕법원에 제기했다.

이들은 우리은행 뉴욕지점에서 현지 채용 형태로 근무했던 미국 교포로, 지난달 7일 뉴욕지점에서 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소장에서 “우리은행 본사에서 파견된 한 주재원이 2012년 9월 전 직원이 모인 회식 자리에서 여직원 2명을 성추행한데 이어 11월에는 이를 무마하기 위한 회식을 열어 자신들에게도 성적인 폭력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또 “해당 주재원은 여성에게 강제로 키스하거나 엉덩이와 허벅지를 더듬었고, 남성에게는 성기를 만지거나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행위를 강요하는 등 성폭력을 일삼아 현지 채용인들이 심한 모욕감에 시달렸다”고 이들은 밝혔다.

이어 “‘성추행 문제’에 대해 회사에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으나 뉴욕지점은 사건을 덮는데 급급했다”며 “결국 서울 본사에 이 사실을 알린 끝에야 지난해 3월 감사가 진행돼 문제의 주재원은 임기도 마치지 못하고 조기 소환됐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주재원의 ‘성추행 문제’를 본사에 폭로한 이후, 이들은 지점 책임자의 노골적인 보복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뉴욕지점 책임자는 일거리를 주지 않거나 주특기와 상관없는 부서에 배치하는 등 보복에 나섰으며, 결국 지난 4월에는 해고됐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성추행 당시 법적 행위에 나서지 않은 것은 뉴욕지점 책임자가 현지인의 채용과 해고 등 인사의 전권을 행사하는 상황에서 회사에서 쫓겨나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라며 당시 본사에 보낸 이메일 등을 증거물로 제출했다

이들은 성추행과 회사 측의 지휘·감독 소홀, 보복조치 등에 대해 각각 100만달러 이상, 신씨가 당한 성폭력에 대해 50만달러 이상의 배상금을 요구했다. 이와 함께 별도의 징벌적 배상금과 이자, 소송비용 등도 우리은행 측이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고 측 법률 대리인인 김봉준 변호사는 “피고 측은 불법행위의 내부고발자에 대한 부당한 인사조치를 금지하는 뉴욕주의 노동법과 인권법을 어긴 것은 물론 주재원에게 미국의 ‘고용 관행’과 ‘문화’를 제대로 교육하지 않음으로써 지휘감독 업무를 소홀히 했다”고 밝혔다.

이어 “부당 해고의 경우 그로 인한 임금과 수당, 보너스 등의 손실분은 물론 그것에서 비롯된 제반 비용을 회사 측이 보전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은행 측은 뉴욕발 대형 악재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는 모습이다. 우리은행 홍보팀 관계자는 “소송이 제기된 것은 사실”이라며 “현재 소송 관련 내용을 파악 중이고, 동시에 감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 해외지점 감독 허술 도마위

하지만 감사까지 진행돼 조치가 이뤄졌다는 원고 측의 말과 달리, 우리은행 측은 ‘성추행’ 사건에 대해선 제대로 파악조차 못하고 있었다. 소송을 제기한 이들의 해고 시기와 이유 또한 알지 못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문제의 주재원이 뉴욕으로 파견됐다가 조기 소환된 것은 맞지만, 조기 소환 이유에 잘 알지 못한다”며 “현재 해당 직원은 조사역으로 기타 발령 난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관련 부처에 문의했지만, ‘홍보팀’에선 확인하기에 한계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의 후폭풍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에서 이번 사건 같은 대형 ‘성추행’ 파문이 터진 것은 처음이다. 그것도 세계 금융의 중심인 미국의 뉴욕 지점에서 사건이 터졌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을 준다. 우리은행을 넘어 국내 은행에 대한 세계적인 망신이 될 수도 있는 사건이다.

소송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우리은행 측은 해외 지점 관리 허술에 따른 ‘책임론’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도쿄지점 부당 대출 논란과 맞물려 비판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우리은행은 도쿄지점의 600억원대 부당 대출 의혹에 대해 금감원의 검사를 받고 있다. 지난달엔 전 도쿄지점장이 관련 사건으로 조사를 받다가 자살하는 사고까지 벌어지면서 큰 충격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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