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eil Business Newspaper] “슈퍼주니어 즉석에서 `쏘리쏘리` 절대로 이순간 잊을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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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과 발의 말초신경에 관여하는 유전자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근육이 수축되는 희귀병인 샤르코마리투스병. 미국 소녀 도니카 스털링(14)은 이 불치의 병에 걸려 걷지도 서지도 못했다. 어렸을 때부터 소녀는 2번의 척추수술, 5번의 외과수술을 거치며 병과 싸워왔다. 또래 아이들처럼 자유롭게 운동장을 누빌 수 없는 도니카의 유일한 즐거움은 집에서 TV와 인터넷으로 K팝을 듣는 것.

도니카는 17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 슈퍼주니어 뮤직비디오 촬영 현장에서 그토록 보고 싶던 슈퍼주니어 멤버 9명 전원을 만났다. 꿈인지 생시인지 믿겨지지 않았다.

특히 가장 좋아하는 멤버 시원은 성경책과 CD 1~5집 세트를 직접 건네줬다. 9명이 즉석에서 `쏘리쏘리`를 아카펠라로 들려줬다.

슈퍼주니어는 “우리의 노래를 들으며 힘을 얻어서 너무 고맙다. 언제나 건강하길 바란다”며 도니카의 손을 잡았다. 서울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도니카는 자신의 손을 한참 들여다보며 “절대로 오늘을 잊을 수 없다”고 되뇌었다.

허버트 블랙 아메리칸철강금속 사장이 한국 방문을 후원해 화제가 된 도니카 스털링 가족이 K팝 가수를 만나기 위해 입국했다.

16일 오후 5시 도니카는 어머니, 할머니, 간호사 그리고 그녀의 사연을 처음 세상에 알린 김&배 로펌 식구들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공항에서 만난 이 소녀는 “한국은 TV로 봐온 것보다 더욱 아름답다. 이곳이 한국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내 꿈을 이루게 해준 모든 분들께 너무 고맙다.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걷지도 일어서지도 못하는 작은 소녀는 14시간 비행이 피곤했을 텐데도 지친 기색보다 흥분한 티가 역력했다. 한국이 처음인 가족 모두 한껏 들떠 있었다. 도니카의 할머니(66)는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손녀가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게 됐다. 이 즐거움을 평생 간직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 문화 마니아인 도니카는 한국어로 간단한 인사말을 건네기도 했다.

취재진에게 “안녕하세요. 사랑해”라고 수줍게 말했다. 가장 먹고 싶은 음식을 물었다. 도니카가 천천히 또렷한 발음으로 “쌈밥”이라고 말하자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졌다.

도니카는 2주간 한국에 머문다. 여러 일정 중에 샤이니와의 만남이 가장 기대된다고 했다. SM엔터테인먼트는 20일 서울 청담동 사옥으로 도니카를 초청했다.

샤이니는 도니카만을 위한 `팬미팅`을 준비했다. 선물을 교환하고 사진도 찍을 예정이다. 22일에는 장애아동복지시설인 서울 은평천사원을 방문한다.

도니카가 자신과 같은 장애인 친구들을 만나서 힘을 주고 싶다고 방문 의사를 피력해 성사된 곳이다.

배문경 김&배 로펌 대표변호사는 “힘든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아이다. 마음이 너무 이쁘다”면서 “허버트 블랙 사장님이 출국 전 도니카에게 용돈을 주면서 어디 부러지지 않고 잘 다녀오라고 격려했다. 여러 사람의 관심으로 소녀의 꿈이 실현돼 기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공항에는 `K팝 순애보`에 관심을 보인 취재진 외에도 도니카의 통역을 자원한 국제청소년연합(IYF), 장애인 특수 차량을 지원한 창림모아츠,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들이 마중을 나왔다.

JW메리어트호텔은 숙소를 제공하며 여의도성모병원이 의료 봉사를 한다.

[이선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