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eil Business Newspaper] 15세 美시한부소녀 계속되는`K팝 순애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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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니카 스털링의 얼굴은 밝았다. 소녀의 첫 모습을 보면 시한부 인생이란 것을 알 수 없을 정도다. 그러나 15세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귀에 보청기를 끼고 있었다. 혼자서는 걸을 수 없어 휠체어에 의존했다. 4세 때 진단받은 희귀병 때문이다. 근육이 줄어들면서 9세 때부터는 걷지를 못했다. 이후 성장이 멈췄고 15세이지만 몸집은 9세 수준에 불과했다. 이제 살 수 있는 기간도 길지 않다. 길어야 5년. 하지만 컴퓨터 모니터에서 샤이니가 공연하는 유튜브를 보면서 얼굴은 밝아졌다. 좋아하는 태민이 나타나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즐거워했다.

도니카 스털링이 어머니 도나 스털링 씨(45), 할머니 윈프레드 스티븐슨 씨(66), 개인 간호사 사이먼 아서 씨(30)와 함께 24일 뉴욕에 있는 법무법인 김&배 사무실에 나왔다.

스털링은 K팝을 좋아하는 만큼 한국드라마광이기도 하다. 스털링의 어머니 도나 스털링 씨는 “주말이면 한국드라마를 하루에 6~7편씩 본다”고 말했다. 스털링은 영어로 된 한국드라마 제목을 줄줄이 댔다.

스털링이 한국드라마를 보기 시작한 것은 2010년부터다. 그는 “한국드라마를 보면 주인공들이 샤이니나 슈퍼주니어를 얘기했어요. 그래서 유튜브를 찾아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스털링은 `샤이니와 슈퍼주니어 멤버 중 가장 좋아하는 가수는 누구냐`는 질문에 곧바로 한국말로 “태민…시원”이라고 답했다.

스털링은 간단한 한국말도 구사했다. 기자에게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했다. 샤이니와 슈퍼주니어를 만나면 무슨 말을 하고 싶으냐는 질문에는 “사랑해요”라고 했다.

샤이니와 슈퍼주니어를 만나 가장 하고 싶은 것은 “껴안아 보고 사인을 받아내는 것”이라고 했다. 가져갈 선물은 아직 정하지 못했다. 스털링은 “어떤 선물을 가져갈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지만 내 진심에서 우러나온 어떤 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털링은 캐나다 갑부 허버트 블랙 아메리칸철강금속 사장의 도움으로 다음달 15일 한국으로 떠난다. 한국은 2년 동안 주한 미군으로 근무한 삼촌을 제외하면 스털링 가족에게는 미지의 나라다. 그래서 가족은 요즘 너무 들떠 있다. 그 들뜬 표정 때문인지 스털링 얼굴에서 슬프거나 아픈 기색을 찾기는 어려웠다.

스털링이 한국에 가면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은 제주도다. 스털링은 “한국드라마를 보니 제주도가 너무 아름다웠다”고 했다.

스털링은 K팝이나 한국드라마를 즐기는 만큼 학교 공부에도 충실하다. 귀가 잘 들리지 않아 거주지인 브루클린이 아닌 맨해튼 소재 특수고등학교 머리 버그트롬스쿨에 다닌다. 스털링은 학교에서 우등생이다.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과목은 수학이다.

스털링은 “저는 복잡한 것을 좋아해요. 과목 중에는 수학을 가장 좋아합니다”고 말했다.

장래 희망도 물어봤다. 스털링은 웃으면서 “미래 제 꿈은 아동심리학자”라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에게 유익한 것을 찾아내고 싶기 때문”이라고 했다.

물리치료사인 뉴욕시 교육부 소속 제프로 레이에프 씨는 지난 2년 반 동안 학교에서 스털링의 재활을 돌봤다. 그는 “스털링은 자신의 한계를 알지만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는 드문 학생 중 한 명”이라며 “아주 영리하고 남을 극진히 배려하는 소녀”라고 소개했다.

레이에프 씨는 “스털링은 특히 뭔가 탐험하려는 의지가 많은 아이”라고 전했다.

탐험 의지 덕분에 스털링은 요즘 혼자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레이에프 씨는 “스털링은 한국에 가기로 결정된 이후 한국어는 물론 한국문화도 스스로 익히고 있다”고 말했다. 스털링은 기자와 헤어질 때 “안녕히 가세요. 감사합니다”라고 한국말로 인사했다.

캐나다 갑부인 블랙 사장의 간호를 맡아 그를 친절하게 보살폈다가 뜻밖에 손녀 소원을 풀어주게 된 할머니 스티븐슨 씨는 소감을 묻자 울음부터 터뜨렸다. 할머니는 “하나님이 블랙 사장에게 손녀 소원을 들어주라고 시킨 것 같다”며 “그 순간을 절대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분은 정말 대단한 분”이라고 했다.

간호사인 할머니는 “손녀의 병을 나을 수 있게 하는 분은 하나님밖에 없다”며 “하나님이 우리 손녀를 꼭 살려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스털링을 돕겠다는 성원도 이어지고 있다. LG전자 미국법인은 24일 “스털링이 원하는 모든 것을 다 지원하겠다”고 김&배 로펌에 전해 왔다. 여의도성모병원에 이어 삼성의료원 등 많은 병원들이 스털링의 한국 여행을 돕겠다고 나서고 있다. 서울 프레지던트호텔은 스털링 가족의 숙박을 책임지겠다고 전해 왔다.

[뉴욕 = 김명수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