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nship period: June 30, 2011 to July 29, 2011
로펌 인턴십? Boston Legal에서 보았던 멋진 오피스에 멋진 변호사, 흥미있는 사건들. 그런 것들을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겁니다. 거기에 뉴욕, 뉴저지 라면 더더욱 기대감이 높아집니다. 수트를 입고 출근해야 한다는 말에 그 기대감이 현실로 다가오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런 기대는 현실과는 친하지 않은 단지 기대일 뿐이더군요.
어디서나 인턴이 그렇듯, 모든 인턴은 어중간한 위치입니다. 특히 로펌에서 로스쿨에 다니고 있는 인턴은 어중간하기 짝이 없습니다. 법에 관한 지식이 없지도 않으면서 그렇다고 많지도 않은, 아무거나 시키기도 그렇고 중요한 걸 시키기도 어정쩡한 위치이지요. 어정쩡한 위치에서 어정쩡하게 행동하면 이도저도 아닌 사람이 된다는 걸 아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일의 경중을 따질 겨를도 없이 -사실 그럴 만한 깜냥도 되지 않았지만- 주어진 작은 일들, 팩스를 보내고 이메일을 체크하고, 서류를 복사하는 일들을 제대로 하는데 온 정신을 집중했더니 어느새 일주일이 훌쩍 지났더군요. 2주차에는 변호사를 도와주는 legal assistant들의 업무를 같이하기 시작했습니다. 클라이언트에게 전화를 해서 약속시간을 잡고, 이메일 수신을 확인하는 전화를 하는 등, 변호사의 업무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그야말로 assistant 하는 일들을 하게 된 것이지요. 3,4주차에도 저의 일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가끔 미팅에 따라 들어가서 미팅의 내용을 요약하는 등의 새로운 task가 주어진 것 말고는, 철저하게 legal 한 것과는 거리가 먼 일들을 해나갔습니다. 그리고 오늘이 그 마지막 날이 되었네요.
한국에서는 변호사라 하면, 으레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가 있었던 부동산 파트에서 변호사는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사전조치를 해주는 업무를 주로 하고 있었습니다. 우리와는 많이 다른 부동산 시스템과 거래방식 등에 대해 귀동냥으로, 눈짐작으로 알아챌 뿐이었지만 변호사라는 직업의 새로운 영역을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법학도들이 그렇듯 저도 소송파트에 대한 동경 혹은 흥미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처음 부동산 파트에서 일을 시작할 때 살짝 실망도 했었지요.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소송파트가 아닌 부동산파트에서 인턴생활을 한 것은 저에게 정말 큰 행운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부동산처럼 실생활에 가장 밀접한 영역이 어떤 프로세스로 진행되는지 볼 수 있었고, 미국에서 부동산 거래를 할 때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 등 앞으로 미국생활을 하게 된다면 알아야 하는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이것입니다. KIM&BAE에서 4주동안 경험이 아니었다면 절대 얻을 수 없었을 것, “좋은 변호사가 되려면 assistant와 잘 지내야 한다.” 는 것입니다. 제가 4주동안 철저히 assistant의 위치에 있으면서, 이들이 없다면 변호사의 업무가 얼마나 고달파질까 생각했습니다. 동시에 이들이 자기의 맡은 업무를 정확히 해주면 변호사가 얼마나 편해질까 생각했습니다. 그만큼 assistant 들과의 팀워크가 중요하다는 점, 그들의 개인 역량을 최대한 이용하는 지혜로운 변호사가 좋은 변호사가 될 것이라는 점을 깨달은 것이 저의 KIM&BAE에서의 4주 시간이 준 선물입니다. 앞으로 저는 지난 4주처럼 완전한 assistant의 입장이 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아니, 그렇게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지요. 그렇기에 저에게 지난 4주의 시간은 참으로 소중합니다. 이 글을 읽고 인턴생활을 시작하시는 분들 중 법학도가 계시다면, 저는 감히 로펌에서 법과 멀어지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Legal Assistant 가 되어서 그들의 일을 해보라고, 그래야 나중에 그들과 더 멋진 하모니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겠습니다. 덧붙이자면, legal assistant의 일도 절대 만만치 않다는 말씀도 드리고 싶네요. 그럼 다들 KIM&BAE에서 자신만의 선물을 챙겨가시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