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인터뷰>배문경 한인변협회장

-〈인터뷰>배문경 한인변협회장

남부뉴저지 트렌턴에 있는 FM 방송국 WKXW(101.5)의 토크쇼 ‘저지 가이즈’를 진행하는 그래이그 칼턴과 레이 로시는 지난달 25일 “에디슨 시장 후보로 출마한 준 최 후보에게 투표할 것이냐”고 반문하며 “특정 소수민족이나 외국 그룹이 미국 선거 결과를 좌우해서는 안되며 에디슨의 중국계 주민이 증가했다고 하지만 미국인이 선거결과에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송이 나간뒤 한인은 물론 아시안 커뮤니티 전체의 분노가 표출됐다. 조직적인 항의운동도 전개됐다. 이 과정에서 가장먼저 항의운동을 이끌고 결국 전국적인 항의운동 연합체인 ‘JAHMC(Jersey Anti Hate Media Coalition.가칭)’이 결성될 수 있도록 산파역할을 한 사람이 있다.

바로 뉴욕한인변호사협회 배문경 회장이다. 10일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배회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인변협이 제일 먼저 방송사측에 공식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요구하는 항의편지를 보냈는데….

뉴욕.뉴저지 일대에는 수백개의 한인 단체가 활동중이지만 미국의 사법시스템과 관련법에 대한 지식이 있는 변호사협회가 먼저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같은 일이 발생했을 때 항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적법한 절차와 방법을 동원해야 하고 그런 의미에서 한인 변호사들이 일익을 담당할 수 있을 것 같아 운동을 주도한 것이다. 오히려 이번 일을 계기로 협회 활동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려는 한인 변호사들도 늘어났다. 특히 미 전역의 아시안 단체들과 네트워킹을 구성할 수 있었던 것도 큰 수확이다. 많은 것을 배웠다.

-라디오 방송 내용을 어떻게 보나.

대단히 무서운 내용이다. 아시안을 비하하는 진행자들의 어휘도 그렇지만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들에게 한인과 아시안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심어준다는 것이 더 큰 잘못이다. 그들의 방송내용은 단순히 아시안을 깎아 내리는 것을 넘어서 아예 아시안들은 미국에서 투표할 권한도 없다는 식으로 들린다. 위험한 발상이다. 과연 그들이 유대인이나 흑인 커뮤니티를 대상으로도 그런 내용의 방송을 내보낼 수 있었겠나. 그들은 명백히 아시안을 무시한 것이다.

-지금까지의 결과는.

방송사는 사건발생 초기만 해도 “인터넷에 떠돌아 다니는 방송 원고 내용이 진짜인지 의심스럽다” “단순히 엔터테인먼트로 한 것이지 당신들을 비하하려 한 것이 아니다. 일부만 가지고 트집잡는 것 아니냐”는 둥 여유있고 기고만장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항의운동이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광고주들에 대한 압력이 거세지면서 현대자동차 등 일부 대형 광고주가 실제로 광고를 철회하자 이제는 타협을 하자고 숙이며 들어온다. 태도가 180도 바뀌었다. 그러나 여기서 만족할 수 없다. 반드시 방송사의 공식 사과를 받아낼 것이다. 그래야 앞으로 유사한 일의 재발을 방지할 수 있다.

-항의운동을 주도하느라 본업에도 지장이 있을 것 같은데.

사실 이번 일때문에 의뢰인들에게 미안하다. 그러나 이번 일은 한인은 물론 아시안 커뮤니티 전체를 위한 일이다. 발벗고 나설만한 일이라고 생각해서 결정한 일이다. 이 시간을 투자함으로써 앞으로 한인 2세들은 미국땅에서 더욱 당당하게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이번 일을 깨끗하게 마무리 짓고 싶다.

안준용 기자 nyajyg@joongangus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