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변호사 과잉시대

 변호사 과잉시대

– 뉴욕 매년 250명 배출 한인타운 포화상태

한인 커뮤니티에서 가장 규모가 큰 로펌으로 알려진 ‘김&배’ 법률회사는 지난해 변호사 채용 광고를 냈다가 깜짝 놀랐다.

1명을 모집하는데 무려 500여명이 응시 했기 때문이다. 지원자 가운데에는 한인이 10%를 차지했다.

김&배 대표 김봉준 변호사는 “뉴욕 로저널에 1주일간 광고를 게재했는데 500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린 것을 보고 변호사 취업난을 실감했다”며 평소에 특별히 구인 광고를 하지 않아도 이메일이나 지인을 통해 한인 변호사들의 지원이 일주일에 3~4건에 달한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또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한 유학생들이 경험을 쌓겠다며 인턴으로 써달라고 요청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 5년간 뉴욕, 뉴저지주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한인이 1700여명에 이르고 있다.

본지가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각각 10차례(2월, 7월)실시된 뉴욕, 뉴저지주 변호사 합격자 명단을 이름으로 분류한 결과 한인은 1712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뉴욕주에서는 해마다 250명 이상의 합격자를 냈다. 특히 지난 2001년에는 328명이 합격해 사상 최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해의 경우 2월에 65명, 7월에는 212명이 합격한 것으로 파악됐다. 뉴저지주에서도 2000년부터 매년 40~80명의 합격자를 배출했다.

한마디로 한인 변호사가 넘쳐나고 있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공급이 넘치는 것도 문제지만 한인들의 수요가 가장 많은 이민, 상법, 교통사고 등은 이미 경험 많은 일부 변호사들이 시장을 대부분 차지하고 있다. 그렇지만 한인 변호사끼리 경쟁이 낮은 분야는 그만큼 시장성도 작아 여전히 이민 등 특정 분야에만 신규 진입이 늘고 있는 것도 문제다.

뉴욕한인변호사협회 배문경 회장은 “현재 뉴욕과 뉴저지 일대에만 한인 변호사 2000여명이 활동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이중 20% 이상은 타지역으로 진출했거나 변호사가 아닌 다른 직업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와함께 몇년전만해도 시험에 붙어 한국으로 가면 취업에 문제가 없었지만 요즘은 이중언어 구사는 물론 일정 경험이 없으면 일자리 잡기가 어려워 무보수라도 미국에서 경험을 쌓고 가겠다는 유학생들고 많다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또 신참 변호사 가운데 법률회사나 공직으로 진출하는 경우는 30%가 안되며 한국어가 가능하면 대부분 한인타운으로 몰려들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안준용 기자 nyajyg@joongangus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