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시론] ‘개고기 사건’이 남긴 교휸 – 박윤용

[시론] ‘개고기 사건’이 남긴 교휸 – 박윤용

‘개고기 왜곡 보도 사건’과 관련해 뉴욕주 업스테이트 김씨농장을 대신해 워너브러더스(WB11) 방송사 등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해온 김봉준 변호사가 지난 7일 가진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나오면서 여러가지 감회에 젖었습니다. 이날 기자회견은 방송사측과의 법정밖 합의를 공식 발표한 자리였습니다.

저는 이번 기자회견을 지켜보면서 어떠한 경우라도 ‘정의는 반드시 이긴다’, ‘사실은 꼭 알려지기 마련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초 워너브러더스 방송국의 개고기 보도 사건은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 사건이었고, 또 그렇게 바라는 동포들도 꽤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괜히 나서면 우리가 더 당할 수 있다는 의견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정말 그때 그 순간에 몇 분들의 의지와 용기가 오늘의 이같은 승소를 가져왔으며 우리의 줄기찬 노력에 보람과 기쁨이라는 결실을 맺게해준 원동력이 되었다고 확신합니다. 바로 이같은 소수의 분들이 불꽃이 꺼지려고 했던 이 사건에 성냥불을 그었던 것입니다.

우리의 하나된 목소리를 돕기 위해 동분서주한 언론사와 방송사분들, 그리고 뉴욕한인회 김석주회장을 비롯한 11개 단체들, 김씨 농장 등의 힘이 컸습니다.

이 사건을 마치 자신들의 일처럼 나섰던 우리 형제인 중국 커뮤니티와 해당 언론사, 존 리우 시의원, 엘렌 영 시의원 보좌관, 1백50개 유대인 단체를 대표해 강력한 항의 서신을 보내준 J.C.R.C.의 로버트 캐플란 사무총장, 또 뉴욕 포스트와 뉴스데이, 데일리 뉴스들의 보도가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특히 과거 중국인들은 맨해튼 차이나타운의 식당과 음식에 대한 언론 보도 때문에 많은 피해를 입었음에도 불구 한번도 당당히 대응하지 못했는데 우리 한인들이 적극적으로 대응하자, 자신들이 더 흥분하고 관심을 갖고 야단이었습니다. 마치 우리가 그 중국계 사람들의 대리 싸움을 해주고 있다는 고마운 마음에서, 모두가 하나된 기분이었습니다.

또 감사할 분은 개고기 식용금지법 통과를 2002년까지 저지시켜준 할렘 선거구 출신의 데이비드 패터슨 뉴욕주 상원의원의 도움이 컸습니다. 그는 워너브라더스사와 동물애호협회의 강력한 로비에도 불구하고 한인커뮤니티의 희생을 막기위해 그같은 용기있는 일을 했습니다. 또 한인권익신장위원회의 김기호 박사와 홍종학 공동 이사장, 전성진 공동 이사장, 1.5세인 김진혜씨, 홍유미 변호사, 이찬우 변호사들의 조언도 잊지 못할 것입니다.

우리 한인동포들도 이러한 사건을 교훈삼아 타민족과 더불어 열심히 밝고 바르게 살아가는 커뮤니티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특히 이번 일로 이제는 어떠한 큰 기관이나 언론도 한인 또는 소수민족을 함부로 깔보지 못한다는 교훈을 남겼다고 생각합니다. 한마디로 한인사회에 한 이정표를 남긴 것입니다.

이처럼 부당하고 서러운 경험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이젠 우리도 힘을 하나로 모아 이 기회의 나라, 살기좋은 나라에서 당당하게 후세들을 키우기 위해, 10년이나 20년 후에는 미국대통령과 뉴욕시장, 주지사, 국회의원, 영화감독, 농구선수 등 각 분야의 우수한 인재들을 배출하기 하기위해 지금부터 비전을 갖고 함께 노력해 나가야할 것입니다.

이번 워너브라더스 사건과 관련해 우리의 대응방식을 긍적적으로 바라보신 분이나 이를 부정적으로 본 분들이나 모두가 한인 사회를 아끼는 마음인줄 알면서 모두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박윤용 (한인권익신장위원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