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눅든 자녀들에 용기 심었다”
“방송사의 왜곡 보도를 지켜본 한인들이 마치 자기일처럼 나서서 도와주고 걱정해 준 덕분에 소송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뉴욕주 업스테이트 ‘김씨농장(Kim’s Farm)’대표 김주호(사진)씨에게 지난 1년은 악몽과도 같은 시간이었다. 워너브러더스(WB11) 방송사가 자신의 농장을 마치 뉴욕 한인사회에 개고기를 공급하는 농장처럼 묘사했기 때문이다.
방송이 나간 직후 김씨 가족들은 공포에 떨어야 했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놀림을 받고, 심지어는 ‘너희 나라로 꺼지라’는 협박성 편지까지 배달 되기도 했다. 평범하게 살아가던 한인 가족의 소박하고 행복한 삶이 하루 아침에 지옥같은 생활로 변한 것이다.
“처음에는 고민도 많이 했습니다. 평생 살아가면서 소송이라는 것을 생각해 본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보상이 문제가 아니라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아이들을 봐서라도 가만히 있어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해 소송을 결심했습니다.”
김씨는 소송을 승리로 이끈 김봉준 변호사에게도 깊은 감사의 뜻을 전했다.
최근에도 김씨농장 이웃에서 개를 잃어버린 한 미국인 주민이 김씨농장에서 개를 가져간 것으로 의심해 소동이 벌어졌다. 결국 오해는 풀어졌지만 WB11의 방송이 나간지 1년이 넘어선 지금도 이웃들은 농장측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는 증거다.
김씨의 부인 로슬린 김씨도 남편 만큼이나 이번 승리를 기뻐하고 있다.
“당시 방송이 나간 직후 뉴욕중앙일보가 신속히 보도의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았다면 오늘의 결과도 없었을 것입니다. 또 주요 한인 언론사와 한인단체, 평범한 유학생 등 김씨농장의 억울한 사정을 귀기울여 듣고 함께 방송사를 상대로 항의운동을 펼쳐준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올 봄에는 멧돼지 몇 마리를 잡아 이분들을 초청해 잔치를 벌일 계획입니다.”
김씨 부부는 또“우리가 소송을 결심하자 아이들은 ‘엄마, 아빠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며“주눅들지 않고 꿋꿋히 학교 생활에 열심이었던 아이들에게도 고마운 생각이 들고 우리도 자랑스러운 부모로 기억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김씨 부부는“이번 합의에 만족한다”며 “방송의 잘못을 지적하고 사과하는 내용이 담긴 합의문을 타운 관청은 물론 아이들 학교에도 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 안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