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농장과 WB11의 소송 합의가 갖는 의미는 크다. 한인이 미국내 거대 언론사를 상대로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것도 처음이지만 ‘합의’를 통해 사실상 승리를 얻어낸 것도 전례가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통상 미 언론이 한인을 비하하는 내용의 보도를 내보내면 사실 확인 여부를 떠나 조용히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이번 소송은 ‘이제 더이상 앉아서 당하고만 있지는 않겠다’는 한인들의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번 소송은 한인사회에 많은 교훈을 남기고 있다. 한인과 타민족 단체들의 항의 캠페인은 소수민족 연대를 통해 제2, 제3의 왜곡 보도를 막는 기틀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왜곡보도 직후 뉴욕한인회(회장 김석주)에는 ‘특별대책위원회(위원장 박윤용)’까지 구성돼 한인사회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참여하는 단합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미 언론사의 보도와 관련해 특별대책위까지 구성된 것은 한인사회에서 전례가 없는 일이다. 앞으로 이와 유사한 일이 발생할 경우 한인들은 보다 빠르고, 조직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좋은 경험을 한 셈이다.
또 한국은 물론, 미국, 캐나다, 일본, 중국, 브라질까지 전세계 한인 네티즌들이 WB11을 상대로 사이버시위를 벌여 방송의 부당함을 지적해 한민족의 단합된 모습을 미 주류사회에 각인시키는 계기도 됐다. 한인권익신장위원회 박윤용 회장은 “이번 승리는 미주 한인사회에서 우리의 권익신장을 위한 새 이정표를 마련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이번 소송을 통해 또 한번 배우게 됐다”고 평가했다.
박 회장은 “WB11의 보도를 보고도 우리 한인들이 대응 하지 않았다면 이 사건은 미국인들 사이에 가십 거리로 떠돌다 그냥 잊혀졌을 것”이라며 “세계 한인이 하나가 돼 보도의 부당함을 지적하고, 중국, 유대인 등 소수계 커뮤니티가 합심해 방송사를 상대로 끝까지 투쟁했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덧붙였다.
– 안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