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진실이란 무기로 반드시 승소할 터”

– “진실이란 무기로 반드시 승소할 터”

개고기 식용 보도 WB11 등 상대 소송 김봉준 변호사

“일부에서는 이번 소송을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힘든 싸움이 되겠죠. 하지만 골리앗을 물리친 돌팔매와 같은 강력한 무기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진실’ 입니다.”

뉴욕 업스테이트 ‘김씨농장(Kim’s Farm)’ 김주호씨 가족이 지난 2일 뉴욕주 법원에 ‘워너브러더스(WB) 11’ 방송 등을 상대로 명예훼손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 등을 제기한 것과 관련, 김씨 가족의 법적 대리인 김봉준 변호사(39)는 이같이 말했다.

“처음 문제의 방송 내용을 지켜본 뒤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보도 내용은 사실과 달랐고 김씨 가족은 이로인해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변호사로서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소송을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시간이 걸려도 끝까지 이번 소송을 물고 늘어질 작정입니다.”

지난해 11월19일 WB 11이 ‘한인 개사육 및 식용 실태’를 보도한 이후 뉴욕 한인 사회뿐만 아니라 전세계 한인들은 방송사의 무책임한 보도 내용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미 주류 언론들도 앞다투어 한인사회의 분노를 보도했고 전세계 한인 네티즌들은 방송사를 상대로 대규모 ‘사이버 시위’를 벌여 방송사 웹사이트가 다운되기도 했다.

이 사태는 방송사측이 두차례 ‘유감 표명’ 편지를 한인 사회에 전달하면서 1 라운드를 끝내고 김씨 가족의 소송 제기로 2 라운드에 접어들었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김씨 가족은 방송이 나간뒤 수많은 협박성 전화와 편지에 시달렸다. 집 근처에서 ‘네 나라로 돌아가라’며 고함을 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늘 가던 집 근처 주유소나 그로서리도 마음놓고 가지 못했다. 물론 그만큼 정신적 고통도 뒤따랐다. 김씨 부부가 가장 괴로웠던 것 중 하나는 세딸(레지나·안젤라·캐서린)이 받은 스트레스였다고 한다.

“지난 2일 법원에 접수한 소장(complaint)에서 밝혔듯이 김씨 가족은 WB 11과 폴리 크레이즈맨 기자, 동물보호단체인 ‘휴메인 소사이어티 오브 유에스(HSUS)’와 HSUS 릭 스웨인씨 등을 상대로 명예훼손·민권침해·무단침입 등 10여가지 항목에 대해 20일 내로 답변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또 이와함께 7백만달러의 손해 배상을 청구했습니다. 김씨 가족은 자신들의 ‘명예’가 훼손된 데 대해 가장 큰 분노를 느끼고 있습니다.”

김 변호사는 또 뉴욕주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기에 앞서 미 연방통신위원회(FCC)에도 ‘WB 11 방송이 나간뒤 일주일내로 김씨 가족에게 해명할 기회를 주지 않은 점’에 대해 고발장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저를 포함해 소송을 함께 준비한 윌리암 J. 볼론테, 브라이언 파울러 변호사는 처음 케이스를 시작했을 때보다 지금 더 확신에 차 있습니다. 방송사측의 보도 내용을 분석하면서 많은 사실(fact)이 잘못 되었다는 점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법은 남용하면 안되지만 법을 통해 정당한 권한과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주저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뉴욕타임스와 뉴욕포스트 등 미 주류 언론이 거대 방송사를 상대로 한 김씨 가족의 소송을 비교적 관심있게 보도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이와관련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한인 사회가 단합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소송은 피해 당사자인 김씨 가족의 명예를 회복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그러나 모든 한인들 역시 방송의 또다른 피해자입니다. 한인 사회는 앞으로 이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힘을 키워나가야 합니다. 그리고 이번 소송은 바로 그런 힘을 키우기 위한 첫 발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김 변호사는 방송사측이 이번 소송에 대비해 유능한 변호사들을 동원, 강력하게 맞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모든 소송 비용을 스스로 부담하고 있는 김 변호사는 소송이 장기화될 경우 경제적인 부담 역시 커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뜻있는 분들이 저희 변호인단을 돕고 싶다면 대 환영입니다. 꼭 경제적인 지원보다는 여러분들의 관심과 격려가 더 큰 힘이 될 수 있습니다. 법대에 다니는 한인 학생이라면 자원봉사자로 소송 관련 서류를 정리해 주는 것만으로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또 볼펜 한자루나 편지 봉투 하나라도 지금 변호인단에게는 힘이 됩니다.”

서울에서 태어나 홍콩에서 초·중·고를 졸업한 김 변호사는 미시건대학(앤하버) 경영대학원을 졸업한뒤 시라큐스 법과대학원을 졸업했다. 미국회사의 고문변호사와 로펌 등에서 실무를 익힌 김 변호사는 지난해 ‘김 앤드 어소시에이츠’라는 로펌을 설립했으며 현재 6명의 변호사가 함께 일하고 있다.

안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