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인터뷰 – 김봉준 변호사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 한인 명예회복 큰 보람

“이번 합의는 김씨농장 가족들의 개인 명예회복 차원에서 끝나는 일이 아닙니다. 한인사회와 아시안커뮤니티 전체가 하나로 뭉쳐 얻어낸 황금과도 같은 값진 승리입니다.”

개고기 왜곡보도 소송을 맡아 WB11측과 치열한 법정공방을 벌여온 김봉준 변호사(Kim&Associate,PC 대표)는 지난 9개월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른다고 했다.
동료 변호사들과 함께 산더미처럼 쌓인 소송자료를 밤새워 검토하면서 초일류 변호사들로 구성된 방송사측 소송팀과 힘겨운 싸움을 벌여왔기 때문이다. 공동 성명서의 문구 하나를 놓고 양측이 한달동안 치열한 신경전을 벌인 것이 그 예이다.
“중앙일보 보도를 통해 처음 이 사건을 접하게 됐습니다. 반신반의하다가 직접 김씨농장을 찾아가 이야기를 듣고 9시간에 걸쳐 방송내용을 검토해보니 경악을 금할 수 없더군요. 변호사가 아닌 평범한 시청자의 한사람으로도 결코 좌시할 수 없는 왜곡된 보도였습니다.”

김 변호사와 함께 소송을 맡았던 윌리암 J. 볼론테, 브라이언 파울러 변호사는 소송이 진행되면서 오히려 승리를 확신하기 시작했다. 방송사측의 보도 내용을 분석하면서 많은 사실(fact)이 잘못 되었다는 점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결국 양측이 ‘합의’ 이야기를 꺼내기에 이른 것이다.
“소송을 시작하면서 동료 변호사들과 한 약속이 있습니다. ‘한푼의 보상을 받지 못하는 일이 있더라도 이번 소송은 끝까지 밀고 나가자’는 것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런 순수한 동기가 오늘의 좋은 결과를 가져다 준 것 같습니다.”
처음 김 변호사가 소송을 맡을때 주변에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한다. 조그만 한인 로펌이 과연 미 거대 언론사를 상대로 이길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 때문이었다. 그러나 김 변호사는 “다윗도 골리앗을 이길 수 있다는 사실을 이번 소송을 통해 보여줄 수 있게 돼 무엇보다 기쁘다”며 함박 웃음을 지어 보였다.

서울에서 태어나 홍콩에서 초·중·고를 졸업한 김 변호사는 미시건대학(앤하버) 경영대학원을 거쳐 시라큐스 법과대학원을 졸업했다. 미국회사 로펌 등에서 실무를 익힌 김 변호사는 지난해 ‘김 앤드 어소시에이츠’를 설립, 현재 6명의 변호사와 함께 일하고 있다. 한편 김씨농장의 김주호·로슬린 김 부부는 WB11측과의 이번 합의에 만족한다는 뜻을 김 변호사를 통해 전해왔다.

– 안준용 기자